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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일 WoC Boot Camp 후기

 

1/31일 WoC Boot Camp 후기

 

2006, 2007에 이어 WoC 2008 프로젝트 수행 시작을 위한 화려한 막이 올랐다.

이번 WoC 역시 학생으로 참가하게 되어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팀원을 모았다.

멘토 없이 진행 해야 하는 학생 제안 프로젝트. 한 번도 만난 적 없이 생전 처음인 사람들과 어떻게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할지 반 걱정이 되어 도착한 WoC행사장.

일단 행사장에 도착하니 몸도 마음도 조금 진정되었다. 오히려 기대감에 부풀어 들떠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행사 전날 Boot Camp 행사에 참가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갑자기 전날 저녁부터 몸이 안 좋아져서 집에 일찍 돌아와 쓰러지듯이 침대에 누웠는데 더욱 몸이 아파와 쉽사리 잠드는 것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행사 진행을 맡고 있는 시은님께 행사 날 일찍 도착해서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못 지킬 것 같다는 걱정과 아예 행사 자체에 참석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에 더욱 잠들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늦게 잠을 자게 되었고 다음 날 맞춰 둔 자명종에 일어나게 되었다.

결국 늦게 자게 되어 수면시간이 부족해 피곤했지만 정말 큰 문제는 자고 일어났는데도 몸이 전혀 회복되지 않은 것. 아픔에 잠든 그대로 아침에 눈 떠 버린 상황에서 행사 참석을 포기해야 할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 WoC행사가 프로젝트 중간의 Snow캠프라면 사실 빠졌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팀원들과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내가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이것을 회복하기 위해 프로젝트 기간 중 의미 없는 시간들이 흘러갈 것이고 이것은 명백한 프로젝트의 실패를 의미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든 같은 결정을 하지 않을까?

 

가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면.

 

결정 한 후 내가 취해야 할 행위는 명백했다. 병원에 갔고 당분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회복을 요구했다. 다행이 의사는 그럴 방안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행사에 참석 할 수 있었다.

 

1월의 마지막 날 WoC Boot Camp 행사가 있던 날은 사실 본인의 생일이었다. 아무도 몰랐지만.


착실히 회복되어가고 있는 이 글을 쓰는 지금 이날의 아무런 이유가 없었던 아픔은 내가 태어난 아픔의 의미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 준 하늘의 특별한 선물이라 생각한다.

내가 막 태어난 때와 달리 22년이 지난 지금 내가 한 가지 할 수 있는 건 아픔을 견디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일 테다.

 

힘들게 얻은 것의 의미는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시작하는 행사 당일 이렇게 아팠던 덕분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버스에 기대어 있으면서 프로젝트를 대충 끝내지 않을 각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행사가 있는 NCSoft를 향해 걷는 동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기대에 들떠 미소를 찾게 된 것 또한 정말 감사할 일이다.

 

건물 지하에 있는 행사장을 찾아 들어가니 등록 테이블에 예쁜 파란 색 WoC티를 입고 앉아 계시던 시은님을 볼 수 있었다.

도와주기로 했었는데... 아, 미안해라.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행사가 진행되길 기다렸다.

 

김경숙 과장님이 먼저 WoC가 걸어온 길을 프레젠테이션 해 주시고 뒤이어 버전 관리 시스템인 Git에 관한 박진형님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심도 있는 강의가 아니라 개요에 해당하는 Git에 관한 특징과 소개였다. 리눅스의 창시자 리누스 토발즈 가 쓰기 좋은 버전관리 시스템을 만들 기 위해 만들어 낸 프로그램이며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있어서 정말 좋은 선택이라고 했다.

중앙 저장소가 필요하지 않으며 Push 와 Pull 의 개념 또한 참신했다. 최근 파일 시스템에서 쓰이고 있는 레퍼런스 구조도 좋다.(무엇보다 속도가 빠르니까)

그 유명한 토발즈가 밀고 있으니 1년 정도만 지나면 CVS, Subversion과 같이 주류의 대열에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미 나만 모르는 주류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게 무서운 거다.

한 가지 강의에서 아쉬웠던 점은 버전관리 시스템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특히 Subversion)이 없는 사람은 이해가 안 되었을 강의라는 것이다. 사실 학생 시절에 학교 밖으로(어떤 의미로든) 많이 나가보지 않은 사람은 버전관리시스템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CVS, SVN 다 딴 나라 이야기다. 학교에서는 버전관리시스템을 가르쳐 주지 않으니 말이다. 나 역시 2006 WoC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지금 시점에서 버전관리 시스템을 알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강의를 듣는 대부분이 학생이고 이 중에 상당수가 버전관리시스템을 잘 모를 것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한다.(이 생각이 틀렸다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일반적인 버전관리시스템을 조금 설명해 주었다면 좋았지 않았을까?

 

잠시 휴식 시간에 내 프로젝트 팀원들 모두를 찾을 수 있었다. 같이 My Life 'ME'를 개발해 보자고 모인 팀이다. 모두 처음 보는 분들이지만 다행히 다들 담배 안 피고, 술 안 마시는 것 같아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이제 형 아우 할 사이가 되겠지만 처음 만나서 아직은 어색함 속에 모여 다음 행사 진행인 수다로 네트워킹 시간을 갖게 되었다.

굉장히 부끄러워하시는 시은님의 진행으로 시작된 페차쿠차 시간. 정확히 어떤 의미로 쓰인 시간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어제 아프기 전에 발표 신청을 해 놓은 걸 시은님이 빼 먹지 않고 윤현규님 앞에 나를 세워 ‘솔직하게 말해 제정신 아닌 상태에서’ 3분 발표를 하게 되었다. 무대 위에서 뭐라 정신없이 말 한 것 같은데 기억은 하나도 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주제넘은 말들을 쏟아 낸 게 아닌지 걱정된다.

그렇게 내려온 내 뒤를 이어 작년에 이창신님의 멘티였던 윤현규님이 3분 발표를 하게 되었다. 이것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나와는 달리 아마도 모두에게 꿈과 희망을 가져다주는 이야기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사실 그 자리에 humbroll님(정상일님) 역시 발표해 주셨으면 더욱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차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요즘은 너무 많이 바쁘신 모양이다. 그래도 지난 번 W-Day때 테마제안 iPhone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해 주셨으니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다.

 

나와 현규님의 발표 후에 자리에 앉은 테이블 단위로 서로를 소개하고 나누며 이것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유 할 거리가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나와 관련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참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참여와 나눔을 위한 WoC의 노력을 알 수 있다. WoC의 목적 중 하나가 인적 네트워크의 확대인데 WoC의 구조만 놓고 본다면 사람 한 두 명을 알게 되는데 그치는 빈약한 네트워크가 형성 되는 게 자명하다. 하지만 이런 행사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서로가 대화하고 이해하는 행위는 다른 참여자에게의 접근을 보다 쉽게 할 것이고 이것은 네트워크의 질적, 양적 향상을 의미한다. 이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며 동시에 즐거운 일이다.

이 시간 덕분에 오늘 처음 만난 두 명의 팀원들과의 어색했던 관계가 확실히 개선되었으니 이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프로젝트를 알 수 있었고,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다. 다음 번 행사 때 자연스레 찾아 볼 사람들이 생겼다. 모두 즐거운 일이다.

다만 참여인원이 많아졌다 보니 발표 할 테이블도 많아졌고 그에 따라 발표 인원이 너무 많아 발표 시간이 길어진 것은 좀 불만이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의 수는 딱 좋은데 테이블 자체가 많으니... 그래도 이것은 행복한 고민이니 반대의 고민을 하는 것 보다 다행이다.

 

다음으로 PMP(Project Management Professional)이신 박창우님의 Project Management에 관한 강의가 이어졌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계획이 필요하다. 그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을 기획이라고 한다. Plan 과 Planning의 차이를 시작으로 진행된 강의는 그 자리에 모여 있던 모든 팀들에게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과 지금이 지나고 난 시점에서 중요한 것’을 강의해 주셨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 중 하나라 집에 돌아와 Project Management의 세부 구조를 찾아봤다.

* Scope Management

* Schedule Management

* Financial Management

* Quality Management

* Resource Management

* Communications Management

* Project Change Management

* Risk Management

* Procurement Management

이렇게 나열된 것들을 관리하고 조정하는 것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속성을 최고의 가치로 보는 경영학적 방법론과 달리 일회성에 그치는 프로젝트의 특성상 끊임없이 계획을 관리하고 조정하지 않으면 변명할 틈도 없이 프로젝트는 실패라는 이름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더해서 모든 프로젝트는 유일성을 지니기 때문에 지난 번 과오를 반성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정말 어렵고 힘들 상황을 눈에 그리는 것이 이토록 쉽다니 무서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 방법론과 같은 이론을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회성을 띠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리더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리더의 필수 역량 중 하나가 정치력일 만큼 다방면으로 뛰어나야 함을 강조했다.

뛰어난 리더에 관한 고민, 또 하나 생각 할 거리가 만들어 졌다.

WoC를 떠나서 모든 프로젝트 팀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계획을 수립하는 것에서부터 실행하고 결과를 만들어 내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이 많은 일들이 스스로에게 어떤 배움을 가져다줄지 모든 사람들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지 않을까.

 

박창우님의 강의를 끝으로 사실상 행사는 마감되었다. 남은 일정은 한 시간 정도 팀끼리 모여 회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조그만 방에서 처음 모인 팀원들. 그들과 프로젝트에 관한 많은 아이디어를 나누고 생각을 모으면서 개인의 거리가 더욱 가까워 진 것을 느끼게 되었다.

행사장을 나서 같이 밥을 먹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헤어졌다.

 

피곤하지만 즐겁고 스스로를 불태우는 일을 해 보자.

이제 시작이다.

 

 

        *불민한 내가 제안한 프로젝트 My Life 'ME'에 선뜻 팀원으로 나서준 팀원 김성학, 김지태 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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